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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를 읽고

포도주를 금 그릇에 담은 공주님 이야기

by GrapherStory 2018. 5. 29.



어느 날 총명한 머리를 가졌지만 얼굴이 정말 못생겼었던 랍비가 로마의 공주님을 만났습니다. 공주님은 그를 보자마자 눈살을 찌푸리며 "그 뛰어나다던 총명한 지혜가 이렇게 못생긴 그릇에 담겨 있었군요."하고 비아냥거렸습니다. 


그 말을 들은 랍비는 갑자기 뜬금없이 "공주님이 사시는 왕궁 안에는 맛있고 고급스러운 포도주가 있겠지요?"라고 물었습니다. 공주님은 마음속으로 '천하의 랍비가 당황하여 말을 돌리는구나'라고 생각하며 품위 있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자 랍비는 "그 포도주는 어디에 들어있습니까?"하고 다시 물었습니다. "보통 항아리나 주전자 같은 술통에 들어있습니다."하고 공주가 대답하자 랍비는 굉장히 놀라면서 눈을 토끼처럼 뜨고 다시 말했습니다. "로마의 훌륭하신 공주님께서 각종 금은보화가 많으실 터인데 어찌하여 그런 보잘 것 없는 그릇에 담아 놓았습니까?"


이 말을 듣고 왕궁으로 간 공주님은 모든 포도주를 전부 금과 은으로 만든 그릇에 옮겨 담았습니다. 며칠 뒤 왕궁의 모든 포도주는 맛이 변해버렸고 황제는 크게 노하여 누구의 짓인가 하고 소리쳤습니다. 이에 공주님은 황제에게 "죄송합니다. 좋은 그릇에 담아 두는 것이 좋을듯하여 제가 모두 옮겼습니다."하고 사실을 고하고 사과를 했습니다.


이후 랍비를 찾아간 공주님은 무례하게 다짜고짜 화를 냈습니다. "랍비님, 왜 제게 그런 일을 권하셨지요?" 이미 붉을 대로 붉어진 공주님의 얼굴은 마치 잘 익은 홍당무와 같았습니다. 그러자 랍비는 공주님을 부드럽게 쳐다보면서 얘기하였습니다. "저는 단지 공주님에게 아무리 귀중한 것이라고 알맞은 용기에 담는 것이 나은 경우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 드리기 위해셔 였을 뿐이었습니다."


탈무드_그릇


이 이야기는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여 소개했습니다. 외모와 외형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외모지상주의로 뒤덮인 이 세상에서, 외모나 외형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각자에게는 적절한 매력이 있기 때문에 외모 때문에 너무 심하게 스트레스받지 마시고, 사고를 전환하셔서 다른 부분을 더 개발하여 자신의 매력에 날개를 펼치는 것은 어떨까요? 또한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치게 좋은 것만 추구하는 것이 항상 해답은 아닙니다.



  여기서 오늘의 이야기에 대해 재미로 사족을 달아보겠습니다.


1.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시대마다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외모로 그 사람을 평가했었다는 것입니다. 탈무드가 4세기에서 6세기 사이에 나온 이야기인 것을 고려했을 때, 아주 예전부터 인류의 삶에 있어 외모에 대한 영향력은 아주 컸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모든 사람에게 있어 시각적인 부분이 차지하는 중요도는 매우 높기 때문에 아예 외향적인 것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해도, 무엇이든지 과하면 독이 되는 것 같습니다.


2. 랍비는 역시 머리도 좋지만 언변의 달인입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좋은 것은 좋은 곳에 두어야 더 좋아진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여 공주님에게 자신의 논리를 부드럽게 전개하여 효과를 거두었네요.


3. 공주님이 온 왕궁의 비싼 포도주들을 망가뜨렸는데요. 예로부터 왕의 자식들은 어디에서나 한 건씩 꼭 터뜨려주네요. 물론 요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공주님 나이스 샷!


4. 실제로 포도주를 전용 용기가 아닌 금속 재절의 용기에 담을 경우 맛이 변한다고 하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5. 황제가 참을성이 많은 편인 것 같습니다. 황제의 품격 때문에 참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저 정도 사건이면 굉장히 크다고 보는데요. 한번 같이 상상해 볼까요? 만약에 여러분이 정말 귀중하게 아끼던 술 진열장을 아들이나 딸이 모조리 와장창 깼다고 생각해보세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황제가 어떻게 생각되시나요?


6. 공주님이 자신의 지위와 권위를 이용하여 랍비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사실로 로맨스 소설을 한번 써보겠습니다. 사실 공주님은 그 랍비를 마음속으로 좋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왜 우리도 어렸을 적 좋아하는 아이에게 일부러 못되게 말하고 행동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것과 동일하게 일부러 외모에 대해 놀리는 말을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엄근진 노잼 랍비는 이것을 드립으로 받지 못하고 오히려 공주님에게 골탕을 먹인 셈이 된 것이죠. 안타깝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그런 로맨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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