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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를 읽고

아버지의 기가 막힌 유서 이야기

by GrapherStory 2018. 6. 13.


예루살렘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한 유태인이 아들을 예루살렘의 학교로 입학시켰습니다. 아들이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동안 부친은 갑작스럽게 지병이 악화되어 죽게 되었는데요. 아들과 만날 수 없음을 알고 마지막으로 힘을 내어 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그는 전 재산을 노예에게 물려줄 것, 다만 그중에서 아들이 바라는 것 하나만을 아들에게 주도록 하라는 내용의 유서였습니다. 투병을 하던 도중 결국 부친은 사망하였고, 노예는 자기에게 행운이 온 것을 기뻐하여 예루살렘으로 날아가듯이 뛰어가 아들에게 부친의 사망을 알리고 유언장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들은 슬픔으로 장례를 치르고 앞으로 미래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랍비를 찾아가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어째서 아버지는 제게 재산을 남기지 않았을까요. 아버지를 화나게 한 일도 없고 불평한 일도 없는데요."라고 말하자 랍비는 대답했습니다. "천만에. 당신의 아버지는 현명하신 분이었네, 이 유서를 보면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셨는가를 알 수 있네,"


그러자 아들은 "노예에게 재산을 다 주고 아들에게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셨는데, 어찌 아버지가 저를 사랑하셨다고 말씀하십니까?"라고 원망하자 랍비는 "자네가 아버지만큼 현명했으면 하네. 자네 아버지는 자신이 갑작스럽게 죽게 되면 집에는 자네 없이 노예만 있기 때문에, 노예가 재산을 모두 가지고 도망치거나 탕진하고 심지어 아버지의 사망을 준다고 하신 것이네. 재산을 받은 노예는 기쁜 나머지 당당하게 유언장을 자네에게 보여주러 올 것이고, 모든 재산이 안전하게 보존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신 것일세."


하지만 아들은 이 말을 듣고도 "그게 그렇다고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라고 되묻자 랍비는 "젊은 사람이어서 지혜가 못 미치는군. 노예의 재산은 모두 주인의 것일세. 자네 아버지는 아들이 원하는 단 한 가지를 자네에게 준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니까 자네는 노예를 선택하면 되는 것일세. 이 얼마나 현명하고 애정이 넘치는 일인가."


그제서야 젊은이는 아버지의 뜻을 깨닫고 랍비가 일러준 대로 한 다음, 노예를 해방시켜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나이 많으신 분들의 지혜를 존경하여 더욱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탈무드_어느유서


오늘의 이야기는 아들에 대한 사랑을 지혜롭게 표현한 한 아버지의 이야기였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자식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은 한없이 크기만 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부모님과 같이 살지 않으면서 연락조차 소홀해지는 경향이 늘고 있는데, 이 포스팅을 보신다면 부모님에게 안부 전화라도 한 통 해보시는 것이 어떠실까요? 단 몇 분의 통화라도 부모님에겐 큰 힘이 될 수 있답니다.



  그렇다면 오늘도 재미로 사족을 달아보겠습니다.


1. 예전에도 유명한 명문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한 아버지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한 학구열 하지 않습니까? 이보다 더한 것도 서슴지 않고 행동하는 세상 속에 살고 있죠.


2. 아들의 공부를 방해할까 자신의 병과 죽음을 숨기려는 아버지의 태도가 눈물겹습니다. 차라리 유언장을 쓰는 것이 아닌, 잠시 휴학을 하고 임종을 지키는 것이 아들에게나 자신에게나 더욱 좋지 않을까요?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아들 느낄 슬픔까지는 헤아리지 못한 걸까요?


3. 유언 내용을 알게 된 노예는 얼마나 기뻤을까요? 평생을 노예로 살아왔기 때문에 심정을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한편으로는 측은하기도 합니다.


4. 아들은 유언장을 보고 부모님의 사랑을 의심하게 되는데요. 아직 아버지만큼 현명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공부를 더 하고 와야겠어요.


5. 역시 랍비님은 현명하십니다. 빠른 판단력을 가지고 있네요.


6. 그런데 노예가 평소에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아버지의 의심을 받았을까요? 아니면 저 시대의 사회에서는 저런 경우가 많아서 저랬을까요?


7. 그래도 아들의 천성은 착한 것 같습니다. 노예를 선택하고 난 뒤에 노예를 해방시켜준 것을 보면요. 결국엔 아들도 노예도 좋은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8. 노인분들의 지혜는 현대에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잔소리처럼 느껴질 때가 많은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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