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탈무드를 읽고

오백만원과 이백만원 <2>

by GrapherStory 2022. 4. 5.

 

 

랍비는 두 사람의 말을 떠올리며 다시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오백만 원을 기일 내에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빌렸는데, 기일이 되어 이백만 원밖에 없으니까 이백만 원만 빌렸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오백만 원 빌려준 사람도 잘못 기억하고 있을 수 있다고도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그들이 왔습니다. 랍비는 이백만원밖에 빌리지 않았다는 사람을 불러서 다시 한번 이백만 원만 빌렸는가를 재확인해보았으나 그 역시 확실히 이백만 원만 빌렸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랍비는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당신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은 큰 부자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급하게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어떤 사람이 혹시 이스라엘로 귀환하려고 한다던지 또는 어떤 급한 이유로 돈이 필요한 그런 사람이 이 부자를 찾아왔다고 합시다. 당신이 그 돈을 다 갚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자는 찾아온 사람에게 돈을 빌려줄 수 없었다고 합시다. 유태인의 사회 속에서는 돈은 계속 회전해야 합니다. 그래도 당신은 이백만 원 밖에 빌리지 않은 것입니까?"라고 물어도 역시 그는 이백만 원밖에 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랍비는 마지막으로 "그러면 교회에 가서 성서에 손을 얹고 이백만원밖에 빌리지 않았다고 선서할 수 있습니까?"하고 물었더니 그는 갑자기 "잘못했습니다. 오백만 원을 빌렸습니다"라고 자백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유태인 아닌 사람들에게는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유태인에게 있어서 성서에 대고 선사한다는 것처럼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만일 성서에 손을 얹고도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직업적 범죄자 아니면 없습니다. 대신 유태인에게 성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면 성서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단 성서에 손을 얹었다고 하면 99.8%의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지 못합니다. 그만큼 성서에 대고 선서한다는 것을 두려워하고 중대하게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의 기독교 법정에서 손을 들어 서약하는 것도 바로 여기에서 유래됩니다.

 

※간단한 사족

1-1. 최근엔 가까운 사이에서도 차용증을 작성하는 경우가 빈번하기에 채무 금액 자체에 대한 문제는 줄어든 편인데요. 과거엔 물증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상황과 당사자들의 말에 의해서만 판단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네요. 거의 탐정이 추리하는 정도로 말이죠.

1-2. 결국 종교에 의지하여 양심과 죄책감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랍비에겐 지혜 뿐만 아니라 말솜씨와 심문 능력도 중요했던 것 같네요.

1-3. 사실 현대의 서약은 그저 하나의 형식일 뿐이기에 그다지 와닿지는 않지만, 여기서 인간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탈무드를 읽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부 싸움  (0) 2022.04.18
개와 이리  (0) 2022.04.13
하나의 방법 <2>  (0) 2022.04.08
하나의 방법 <1>  (0) 2022.04.07
오백만원과 이백만원 <1>  (0) 2022.04.04
위기를 벗어난 부부  (0) 2022.04.01
불공정한 거래  (0) 2022.03.26
아기와 어머니  (0) 2022.03.2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