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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를 읽고

오백만원과 이백만원 <1>

by GrapherStory 2022. 4. 4.

 

 

두 남자가 숨을 가쁘게 쉬며 랍비에게 왔습니다.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두 사람은 친구였습니다. 한 사람이 급히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많은 돈을 빌려주었습니다. 갚을 날짜가 되어서 빌려준 친구는 오백만 원을 주었다고 하고 갚을 친구는 이백만 원을 빌렸다고 서로 우기게 되었습니다. 랍비는 어느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를 가려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각기 따로 만나서 이야기를 들은 다음 두 사람을 같이 앉히고 셋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두 사람에게 내일 아침에 다시 오면 판결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랍비는 두 사람이 돌아간 뒤에 서재의 책을 뒤져보았습니다. 오백만 원 빌려주었다는 사람과 이백만 원 빌렸다는 사람의 심리를 연구해보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유태 사회에서는 친구끼리의 차용 관계는 증서를 쓰지 않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이백만 원 밖에 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전혀 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더라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또한 오백만 원을 빌려주지 않고서 오백만 원을 주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역시 수긍할 수 없는 점이 있었습니다.

탈무드에는 이런 가르침이 있었습니다. 거짓말쟁이가 거짓말을 할 때에는 철저하게 거짓말을 합니다. 어떤 사람이 자기에게 불리한 것을 조금이라도 말하고 있다면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은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에게는 아직도 어느 정도의 정직함이 있는 것입니다. 두 사람이 마주 대하면 거짓말의 정도가 조금은 약화됩니다. 

 

※간단한 사족

1-1. 친구간의 돈거래는 현대에도 많은 트러블을 만들어내죠.

1-2. 과거에는 친구 간 돈거래 시 차용증까지 쓰지 않았다고 하니 쉽게 해결할 수는 없었겠죠.

1-3. 일반적으로 봤을 땐 자기에게 불리한 것을 조금이라도 말하는 점을 고려하여 그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워낙 거짓말의 스킬이 치열해진 요즘엔 전혀 먹히지 않는 논리입니다.

1-4. 사람이 실제로 서로 마주했을 때 조금 더 진실해지는 것도 일말의 양심이 남아 있을 경우에만 해당합니다. 요즘엔 면전에서도 대놓고 금방 밝혀질 거짓말을 난사해대는 세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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