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에 사는 어떤 한 사람이 여행 도중에 병에 들었습니다. 그는 살아날 가망이 없음을 알고 여관 주인을 불러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곧 죽게 될 것 같소. 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내 아들이 찾아오거든, 이 소지품을 내 아들에게 전해주시오. 그러나 그가 세 가지 현명한 행동을 해야만 주십시오. 내가 여행을 떠날 때 아들에게 내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세 가지 현명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미리 일러두었으니 말이오"
여관 주인은 그 여행자가 죽은 뒤 그 죽음을 그의 아들에게 전했습니다. 그 소식을 전해 들은 아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마을을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가 죽으신 여관을 몰랐는데요. 그것은 아버지가 여관의 위치를 말하지 말라고 여관 주인에게 미리 말해두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아들은 자기 스스로 여관을 찾아야 했습니다. 아들은 마침내 그 마을에 이르러 잠시 고민을 한 뒤, 먼저 지나가는 나무장수를 불러 세운 다음 나무를 사고 예루살렘에서 온 손님이 죽은 여관에 배달해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그 나무장수는 배달을 하기 시작했고, 아들은 그 뒤를 따라가 쉽게 여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나무 배달이 온 것에 당황하며 자신은 나무를 산 일이 없다고 하자 나무장수는 "내 뒤에 따라오는 분이 이 나무를 여기까지 배달해달라고 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아들의 첫 번째 현명한 일이었습니다.
여관 주인은 그를 기쁘게 맞은 다음 저녁식사를 차려왔는데요. 식탁에는 다섯 마리의 비둘기 요리와 한 마리의 닭 요리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주인 내외와 그 주인의 두 아들과 두 딸까지 총 일곱 사람이 식탁에 앉았습니다. 주인이 "자, 그럼 음식을 모두에게 나누어 주시기를 바랍니다"하고 말하자, 그 아들은 "아닙니다. 그것은 주인께서 나누셔야 하지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에 주인은 다시 "아닙니다. 손님이 좋을 대로 나누셔야지요"하고 말했는데요. 그래서 그 아들은 주인의 요청대로 음식을 나누어 담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비둘기 한 마리를 두 아들에게 주고 또 한 마리는 두 딸에게, 그리고 또 한 마리는 주인 내외에게 주고 나머지 두 마리는 자기 접시에 올려놓았습니다. 그것을 본 주인은 몹시 마음이 상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요. 다음은 닭 요리를 분배할 차례였습니다. 그는 먼저 머리를 떼어 주인 내외에게 주고 두 다리는 두 아들에게, 두 날개는 두 딸에게 각각 나누어준 뒤 나머지 몸통을 자기의 접시에 담았습니다. 마침내 화가 난 주인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당신 고장에서는 그렇게 합니까? 당신이 비둘기를 나눌 때까지는 잠자코 보고만 있었지만, 닭 요리를 나누는 걸 보니 참을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그게 무슨 짓이오?"
그러자 그 멀리서 온 손님인 아들은 "처음부터 음식 나누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인의 간청에 최선을 다해 나눈 것입니다. 이렇게 나눈 이유를 설명하지요. 주인 내외와 비둘기 한 마리를 모두 세어보면 셋이 되지요, 두 아드님과 비둘기 한 마리 그렇게 셋이고요, 두 따님과 비둘기 한 마리 그렇게 셋이고요, 나와 비둘기 두 마리 그렇게 셋이니 이보다 더 공평한 분배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것이 아들의 두 번째 현명한 일이었습니다.
이어서 아들은 "또한 주인 내외분께서는 이 집안의 어른이시니 머리를 드린 것이요, 두 아드님은 이 집안의 기둥이시니 두 다리를 드렸고, 두 따님은 머지않아 시집을 가실 터이니 두 날개를 드렸으며, 저는 배를 타고 왔고 또 배를 타고 가야 할 사람이니 배와 비슷한 몸통을 가진 것뿐입니다. 어서 제 아버지의 유산을 주십시오"하고 침착하게 말했습니다. 이것이 아들의 세 번째 현명한 일이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아버지의 유산을 받기 위해 세 가지 현명한 행동을 해야 했던 아들의 이야기였는데요. 전체적인 내용의 핵심은 발상의 전환인 것 같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리저리 생각을 해보다가 막히게 되면 발상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죠. 우리의 삶에서도 이런 발상의 전환은 아주 큰 도움이 될 수 있는데요. 사실 하고 싶다고 해서 간단히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주자주 생각의 환기를 하시는 것이 좋고, 너무 깊게 빠져있다면 잠시 밖으로 나와 시야를 넓게 가지고 큰 그림을 다시 그리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요즘 세상에서는 아이디어의 가치가 높아져서 살아가는데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사소한 아이디어 하나로 엄청난 부자가 될 수도 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아이디어라는 말에 부담을 느끼고 되레 힘들게 생각하시는데요. 전혀 그럴 필요 없이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메모하시고 또 공유하시는 습관을 가진다면 우리도 누구나 아이디어 뱅크가 될 수 있습니다. 성공의 확률이 더욱 높아지게 되는 것이죠.
그럼 오늘 이야기에 사족을 달아볼까요?
1. 여행 도중에 병에 걸린 상황인데, 어떻게 그걸 알고 미리 여행 전에 아들에게 유산에 대하여 언급할 수 있었을까요? 여행자는 평소 몸이 약한 사람이었을까요?
2. 세 가지 현명한 행동에 대한 기준이 너무 애매합니다. 막말로 뒤에서 다시 언급할 내용이지만, 첫 번째 행동은 그렇다 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행동은 현명하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네요.
3. 아들이 한 첫 번째 행동은 정말 현명하고 놀랍다고 말할 수 있지만 실제로 과거에나 가능했을 법한 일이네요.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저 방법으로는 절대 찾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4. 이야기에서 언급이 없었는데 여관 주인은 왜 식사 배분을 문제로 삼았을까요? 배분하기 애매하게 음식을 차린 것을 보니 음식 배분을 통해 아들을 파악하려고 한 것이 분명한데 말이죠. 이것도 여행자가 미리 언급한 내용일까요? 근데 또 아들이 내놓은 해답에 화를 낸 것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5. 여관 주인의 '참을 수 없었다'라는 표현이 너무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음식 배분을 마음에 들지 않게 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 말이죠. 사실 그렇게 화를 낼 일도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어찌 되었든 아들 입장에서는 식사를 배분하라고 해서 배분을 한 것이니까요.
6. 문제의 두 번째와 세 번째 행동에 대해 말을 할 차례인데요. 일단 아들의 이야기가 말은 됩니다. 하지만 저게 과연 저 시대에서는 현명한 행동이었을까요? 지금 우리의 기준으로 봤을 때 '그럴 수도 있겠다' 정도 지 '현명'이라고는 말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물론 발상의 전환을 통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여 해답을 내놓아 신선했지만, 모두가 만족하고 수긍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명한 행동이었다고 말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닭 머리 하나를 어른 둘이 먹으라고 준 것은 말이죠.
7. 오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말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을 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을, 재치 있게 말을 잘 함으로써 커버를 하는 것 자체는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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