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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를 읽고

무언극,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것

by GrapherStory 2019. 7. 28.

 

 

 로마의 황제와 위대한 랍비는 생일이 같았기에 친해지게 되었고, 절친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두 나라 사이에 긴장감이 맴돌 때에도 둘의 사이는 틀어지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황제가 랍비와 친하게 지낸다는 것이 알려지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기에 황제가 랍비에게 자문을 구하고자 할 때에는 중간에 사신을 넣어 간접적으로 물어보았습니다.

 어느 날 황제는 랍비에게 편지를 보내 "나는 두 가지를 이루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하나는 아들에게 황제 자리를 넘겨주는 일이고, 또 하나는 이스라엘에 있는 타이베리아스라는 도시를 관세자유지역도시로 지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두 가지를 다 이룰 수 있는 길은 없겠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양국관계가 대단히 험악해지고 있어 황제가 랍비에게 무엇을 물어본 사실이 알려지면 나라와 국민들에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에 랍비는 그 질문에 대해 답신을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돌아온 사자에게 황제가 물었습니다.

 "편지를 전하니 랍비가 무어라고 하던가" 그러자 사자는 "랍비는 자기 아들을 목마를 태운 후 그에게 비둘기를 주었고, 그 아들은 비둘기를 날려 보냈습니다. 그리고 아무 말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황제는 랍비가 하려는 말의 뜻이 무언인가를 알아차렸는데요. 그는 먼저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그 아들로 하여금 타이베리아스도시를 자유관세도시로 하면 된다고 말이죠.

 다음에 또 황제에게서 사신이 왔습니다.

 "내 나라에서 관리들이 내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소.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라는 편지의 내용이었습니다.

 랍비는 아무 말 없이 뜰에 있는 채소 밭에 나가 채소 한 포기를 뽑아가지고 왔습니다. 조금 후에 또 나가서 한 포기를 뽑아 오고 잠시 후에 또 한 포기를 뽑아왔습니다.

 황제의 사신은 아무 말 없이 한 랍비의 행위를 그대로 황제에게 전하자, 황제는 랍비가 무엇을 의미하고자 했는지를 알아차렸습니다.

 '당신의 적들을 한꺼번에 쓸어버리지 말고 몇 차례에 걸쳐 제거하시오'

 인간의 의사전달은 말에 의하지 않고도 출분히 나타낼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말 없이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이었습니다. 의사소통이란 자신의 의사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말로써 전달하는 언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몸짓, 눈빛 등의 비언어적인 부분도 크게 작용하는데요. 상대방의 의사를 파악하고 나의 의사를 전달할 수만 있다면, 언어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제가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마인드인데요. 아무리 문법적으로 완벽하고 발음이 좋아도 의사소통을 위한 자세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면 정확한 의사소통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아무리 영어 실력이 좋아도 실제 외국인을 만났을 경우 어버버 하며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바로 이런 것입니다.

 

그렇다면 훌륭한 의사소통을 위한 자세는 무엇일까요? 먼저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언어를 알아듣지 못해도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말 속에는 억양이나 목소리 등으로 전달되는 정보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의 감정이나 상태 같은 것 말이죠.

 

또한 상대방에게 온전히 집중해야 합니다. 내가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것이 두려워 상대방이 말할 때에도 내가 말할 것만을 생각하다 보면 제대로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게 이것은 같은 한국말을 하더라도 마찬가지라는 것인데요. 빠르고 원활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더라도 상대가 말할 때엔 집중하고 잠시 생각을 정리해서 나의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한다면 그 커뮤니케이션이 실패할 확률은 매우 줄어듭니다.

 

 

#오늘의 이야기에 재미로 사족을 달아보겠습니다.

1. 로마의 황제와 랍비는 두 나라 사이에 긴장이 존재할 때에도 친하게 지냈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랍비의 나라는 어디일까요? 아마 유대교의 성지이면서 역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곳인 예루살렘이 아닌가 싶습니다.

 

2. 황제가 이미 사신을 통해 편지를 보냈는데 랍비는 굳이 답장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황제가 랍비에게 자문구한 사실이 알려지는 게 안 되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질문을 하는 황제 쪽에서 더 조심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3. 황제의 첫 질문에 대한 랍비의 답변도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아들에게 황제도 물려주고 어떤 도시도 발전도 이루고 싶다는 황제의 물음에 '그럼 아들에게 황제 물려주고 도시도 발전시키라고 하세요'라뇨.. 너무 남 얘기하듯이 말하는 것 같네요. 그게 말이 쉽지..

 

4. 아니 조심해야할 시국에 황제는 또다시 편지를 보내네요.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요?

 

5. 랍비는 여기에도 참 대단한 답변을 보냅니다. 조금씩 '제거'하라는 내용으로 말이죠. 저는 유대교를 잘 모르지만 랍비가 이런 방법을 추천했다는 것은 폭력적으로 밖에 비추어지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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