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비 아키바는 개와 당나귀를 데리고 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날이 저물어 어둠이 깔리자 잠 잘 곳을 찾다가 한 칸의 헛간을 발견하여 거기서 자기로 했는데요. 자기에는 이른 시간이었기에 책을 읽으려고 램프에 불을 붙였습니다. 그러나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람이 불어 불이 꺼져버렸습니다. 하는 수 없이 랍비는 일찍 잠을 자게 되었죠. 그런데 그가 잠을 자고 있는 동안 여우가 그의 개를 죽였고, 사자가 와서 그의 당나귀를 물어갔습니다.
아침이 되었습니다. 그는 램프만 들고 길을 떠나 마을에 이르렀는데요. 사람의 그림자는 하나도 보이지 않고 죽은 듯이 고요했습니다. 알고 보니 지난밤 도적떼의 습격으로 온 마을이 파괴되고 모든 사람이 몰살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램프가 꺼지지 않았다면 그도 도적떼에 발견되어 죽었을 지도 모릅니다. 개가 짖고 당나귀가 소란을 피웠다면 역시나 발견되었겠죠. 모든 것을 잃었기에 도적들에게 발견되지 않은 것입니다.
랍비는 어려움이 오히려 더 좋은 길로 이끌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오늘의 탈무드 에피소드는 정말 유명한데요. 거듭되는 불운 꿑에 가장 큰 행운을 얻었다는 내용으로, 희망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희망이란 어떤 일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 또는 잘될 가능성을 의미하는데요. 대부분 희망을 주제로 하는 이야기는 긍정적인 미래를 꿈꾸게 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조금 다른 경우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구나 희망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나는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될 거야', '나는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 최고가 될 거야' 등 저마다 다양한 색채의 희망을 그리는데요. 희망은 자신의 꿈과 목표를 위해 달려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너무나 큰 고통이 되어 다가오기도 합니다. 희망고문이라는 말 들어보셨죠? 안될 것을 알면서도 될 것 같다는 희망 때문에 받게 되는 고통입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희망을 적정한 크기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희망이 너무 작거나 없다면 삶을 살아가는 에너지가 부족해질 수 있으며, 희망이 너무 크다면 오히려 현재 삶에 있어 외부 요소에 기대기만 하고 나 자신을 나태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입는 옷도 너무 크거나 작다면 생활에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옷 없이 생활하는 것은 힘들죠? 마찬가지로 희망 역시 우리에게 꼭 필요하며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크기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세상살이에 다들 지쳐가고 있는데요. 이런 때일 수록 파이팅한다면 나중에 분명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요? 모두 오늘 하루도 힘내시기 바랍니다!
#오늘 이야기에 사족을 달아보는 시간입니다.
1. 책을 읽던 와중 얼마되지 않아 램프에 불이 꺼졌다면 보통은 다시 켤 텐데요. 불 붙이기가 힘이 들었을까요? 아니면 귀찮았던 걸까요? 랍비는 그냥 잠을 청했네요.
2. 여우가 개를 죽였다는 부분에서 많은 분들이 의아해하실 수 있습니다. 마냥 영악한 이미지의 여우가 개를 죽일 수 있을까요? 여우도 개과의 포유류로 보통 크기는 개과 중에서도 중간 크기 정도라고 합니다. 때문에 개와 싸워서 이길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두뇌가 좋기 때문에 초점이 그쪽으로 맞춰진 것이지 절대 약한 동물이 아닙니다.
3. 갑분사! 갑자기 야생의 사자가 나타나다니 놀라셨죠? 아마 랍비가 여행을 하던 곳은 평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자는 평원에서 생활하기 떄문이죠. 보통 무리 지어 행동하지만 모든 사자들이 항상 함께 하는 것은 아니기에 혼자 와서 당나귀를 물어갔다는 이야기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마 암컷 사자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사자는 주로 암컷들이 사냥을 하고 수컷들이 집(세력권)을 지키기 때문입니다.
4. 모든 것을 잃었기에 도적들에게 발견되지 않았다는 문구가 아이러니하죠? 불행+불행이 꼭 더 큰 불행인 것은 아닌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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