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거리에 이런 포고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왕비가 값 비싼 보석을 잃었다. 30일 이내에 그것을 찾아 오는 자에게는 후한 상을 내리겠지만, 30일이 지난 뒤엔 가지고 있는 자가 발견되면 사형을 당하리라"
로마를 방문한 한 랍비가 이 포고문을 읽은 얼마 후 우연히 그 장식물을 발견하고 30일이 지난 31일째에 그 잃어버린 물건을 가지고 왕궁으로 찾아가 왕비 앞에 내놓았습니다. 그러자 왕비가 물었습니다. "당신은 처음 포고령을 내릴 때 이 로마에 있었습니까?" 랍비는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왕비는 다시 "30일이 지난 뒤에 이것을 가져오면 어떤 일을 받을 줄도 알고 계셨나요?" 랍비는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랍비는 다시 "만일 30일 전에 이것을 가지고 왔었으면, 사람들은 누구나 저 랍비는 왕비를 무서워하고 존경을 표하여 그것을 가져왔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기한이 지나기를 기다렸다가 가지고 온 것은 나는 결코 왕비를 두려워 하지 않고 오직 나는 하나님 뿐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라고 랍비가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왕비는 자세를 고쳐 앉은 뒤에 "위대한 하나님을 믿는 당신에게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라고 정중하게 말했습니다.
일단 오늘 이야기의 주제는 자신의 믿음이었는데요. 사실 몇 번을 읽어도 쉽게 이해가 가지는 않아요. 지금 이것도 몇 번을 고쳐쓰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탈무드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은, 탈무드가 지닌 주제의 방향성이 현대 사회에서의 방향성과도 일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가끔 가다 이런 에피소드가 나오면 역시 거리감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은 이야기에 사족달기로 넘어가볼게요
1. 왕비가 보석을 잃어버렸데요. 보통 왕비는 성 안에서만 있을 텐데 왜 로마 거리에까지 포고문을 붙인 것일까요? 도둑맞은 것을 염려하여 도둑에게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였을까요?
2. 랍비는 또 어떻게 우연히 그 장식물을 발견했답니다. 일단 이야기의 첫 단추부터가 매끄럽지 않습니다.
3. 왕비의 입장에서는 30일이 지난 이후에 가져왔으니 랍비를 사형해야했으나, 원래 로마의 주민이 아니라 로마에 방문한 랍비이기에 친절하게 물어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왕비가 배려심 있는 사람인 것 같네요.
4. 여기서 랍비가 말을 하죠. 30일 전에 가져왔으면 사람들은 누구나 왕비를 무서워하고 존경을 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거라고. 근데 이게 너무 이상해요.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랍비가 왕비의 물건을 찾아줬다는 것에 대해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겠지, 누가 이렇게까지 생각을 할까요? 저 반응은 과대망상 혹은 피해망상이 아닌가 싶네요.
5. 랍비의 입장에서는 오로지 하나님만을 믿고 두려워한다는 것을 이렇게 보여준 것 같은데.. 한 나라의 왕비로서 포고문의 내용을 쉽게 번복하는 것은 왕권의 권위가 흔들리는 행위이기에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 지 궁금하네요. 깊은 경의를 표하는 것은 표하는 것이고, 포고문의 내용을 이행하는 것은 별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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