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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를 읽고

벌거숭이 왕, 내세에 관하여

by GrapherStory 2019. 5. 27.

 

 옛날에 마음씨 고운 부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기가 데리고 있던 한 노예를 기쁘게 해 주려고 많은 물건을 배에 실어서 그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어디나 마음대로 가서 행복하게 살라고 그를 해방시켜 주었습니다.

 그 노예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는데요. 그런데 폭풍우가 몰아쳐 와서 배를 침몰시키고 말았습니다. 모든 물건을 잃고 몸뚱이 하나만을 간신히 건진 노예는 가까운 섬에 헤엄쳐 올라갔습니다. 그리고는 모든 것을 잃은 고독으로 슬픔에 잠겼는데요. 잠시 후 섬 안으로 얼마를 걸어 들어가 보니 큰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 노예는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벌거숭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마을에 들어가니 온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그를 맞이하여 만세를 부르며 환호성을 울렸습니다. 그리고는 그를 왕으로 모시고 기뻐했습니다.

 그는 궁전에 살면서 모든 호화로움을 누리고 사는 것이 꿈만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믿어지지가 않았는데요. 어떤 한 사람을 붙들고 "도대체 어쩐 일인가, 내가 이 곳에 올 때에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왔건만 나를 왕으로 모시다니.. 영문을 알 수 없네" 그러자 그 사내가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살아있는 인간이 아닙니다. 영혼이랍니다. 그래서 해마다 한 번씩 살아있는 인간이 여기에 와서 우리의 왕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조심하실 것은, 일 년 후에는 이 섬에서 추방되어 아무것도 없이 죽은 섬으로 가게 됩니다" 왕이 된 그 노예는 사나이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일 년 후에 올 일을 위해 준비할 것을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모든 것이 죽어있는 섬으로 찾아가 꽃도 심고 과일나무도 심으며 일 년 후를 대비하기 시작했는데요.

 드디어 일년이 되었습니다. 그는 그 섬에서 쫓겨났습니다. 지금까지 호화롭게 살아왔던 궁궐도 그 모든 생활도 뒤에 둔 채 처음 이 마을에 왔을 때처럼 벌거벗은 채 죽음의 섬으로 떠나야 했습니다. 아무것도 살지 않는다는 죽음의 섬에 도착해보니, 꽃도 피고 나무엔 열매도 맺어 아름다운 섬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이미 와 있던 사람들이 그를 따뜻하게 맞아주어 그들과 함께 그곳에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여러 의미가 있는데요. 먼저 처음의 선한 부자는 하나님이시고 노예는 인간의 영혼이며 왕으로 환대를 받던 섬은 세계이며 그를 따르던 사람들은 인류입니다. 일 년 후에 간 섬은 내세이고 그곳에 심은 꽃과 과일나무는 선행을 의미합니다.

 

 

오늘의 탈무드 이야기의 주제는 내세였습니다. 내세란 죽은 뒤에 다시 태어나서 살게 되는 미래의 세상을 말하는데요. 현재 선행을 열심히 하면 행복한 내세로 이어진다는 것이죠. 여러분들은 내세를 믿으시나요? 평생 행복하게 살고 싶은 인간의 욕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인류가 풀지 못하고 있는 궁금증 중 하나죠. 죽음과 죽음 이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많은 추측들이 존재합니다. 

 

저는 내세가 존재하는지 여부보다도 내세에 대한 믿음이 현재 생활에 끼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내세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조금 더 나은 내세를 위해 현재의 삶에서 무언가를 합니다. 공양을 바치거나 선행을 한다던가 말이죠. 이런 자발적인 선행은 결국 하는 입장과 받는 입장 모두에게 플러스가 되는 아주 이상적인 결과를 가져옵니다. 따라서 내세에 대한 믿음 자체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어떠한 사실을 추론해볼 수 있는데, 많은 곳에서 나오는 내세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진짜 내세에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현재에 더 바르고 충실하게 살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은 아닐까요? 

 

 

#오늘의 탈무드에 재미로 사족을 달아보겠습니다.

1.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부자와 노예의 관계로 묘사한 것은 적절할까요?

 

2. 평생 노예 생활을 하다가 드디어 해방이 되었는데, 자유가 되자마자 만나게 된 악재.. 운도 지지리 없네요.

 

3. 그런데 노예는 왜 아무것도 입지 않았을까요?? 폭풍우에 휩쓸렸다 해도 옷이 전부 다 찢어지거나 하지는 않았을 텐데요.. 혹시 헤엄치는 데 방해가 되어 다 벗어던져버렸을 수도 있겠네요.

 

4. 죽은 섬을 왔다 갔다 하는 걸 보니 움직임에 제약도 없어 보이는데요. 제가 만약 일 년 후에 죽은 섬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저는 그 마을에서 적당히 즐긴 후 그냥 다른 마을로 떠날 것 같습니다. 

 

5. 영혼들 너무하네요. 올 때 발가벗고 왔다고 쫓아갈 때도 발가벗기다니요..

 

6. 아무것도 살지 않는다던 섬에 꽃과 나무의 열매는 노예가 심은 것이지만, 먼저 와있던 사람들이라는 존재는 무엇일까요? 뉘앙스를 보면 마을에서 추방된 살아있는 인간인 것 같은데, 그들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어떻게 살았으며,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해도 무리가 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참 의문스럽네요.

 

7. 이 이야기에서는 인간(부자와 노예)과 영혼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하나님과 인간의 영혼, 인류가 등장한다고 나오죠.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알겠으나, 하나님과 인간의 영혼은 관계적인 부분에 있어 부자와 노예로 비유를 한 것에 비해, 인간의 영혼과 인류를 살아있는 인간과 영혼으로 각각 비유한 것은 조금 비유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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