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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를 읽고

새로운 약

by GrapherStory 2022. 4. 20.

 

 

랍비의 친구 중 한 사람이 병에 걸렸는데 점점 더 악화되어 특별한 약을 쓰지 않고는 회복하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약은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약이었습니다. 그의 가족이 랍비를 찾아가선 "당신은 발이 넓어서 저명한 교수 또는 훌륭한 의사를 많이 알고 있으니 어떻게 해서라도 그 약을 구해주시오"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그래서 아는 몇몇 의사에게 그 약을 구해달라고 간청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어떤 의사는 "만일 내가 그 약을 구해준다면 역시 다른 사람이 그 약을 구할 수 없게 되고 그 약을 구할 수 없어서 구하지 못한 사람은 죽게 됩니다. 그래도 당신은 이 약을 구해달라고 나에게 부탁하시겠습니까?"라고 말했습니다. 랍비는 생각해 볼 여유를 달라고 하고 탈무드를 뒤적여 찾아보았습니다.

가령 한 사람을 죽이게 되면, 내가 살 수 있고 그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게 될 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자기 목숨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어찌 다른 사람의 피보다 자기의 피가 더 붉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결단코 한 인간의 피가 다른 사람의 피보다 붉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한 탈무드의 말에 비추어 볼 때, 약을 얻게 될 친구의 피가 약을 얻지 못할 사람의 피보다 더 붉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같은 설명을 친구의 가족에게 무슨 방법으로 이야기해주어야 하는가 하고 생각하며 고민했습니다.

랍비는 그 약을 구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친구는 약을 구하지 못해 죽고 말았습니다. 교구의 사람이 랍비를 찾아와 구원을 요청했는데도, 랍비는 탈무드의 가르침에 따라 행동했으므로 친구의 죽음을 보고 있어야만 했던 것입니다.

 

※간단한 사족

1-1. 오늘의 이야기는 굉장히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인간의 목숨에 평등이 존재하느냐는 주제는 현재까지도 쭉 이어지고 있습니다.

1-2. 의사의 말은 논리적으로 반박할 여지가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고 해도 시기가 늦어진다면 효과가 없기 때문이죠.

1-3. 랍비는 결국 논리적 이성에 따라 행동했습니다. 아무도 랍비를 비난할 수는 없지만, 사실 이게 현실에서는 조금 난감합니다.

1-4. 사람은 사회적 동물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따라서 불법적인, 비도덕적인 방식이 아니라면 자신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친구를 위해 약을 구하는 것이 옳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1-5. 사람 목숨의 무게에 대해서는 참 여러모로 생각해볼 여지가 많습니다. 인간은 평등하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불평등한 것이 현실이며,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과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사람의 가치가 같다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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