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랍비가 두 사람에게 돈을 빌렸습니다. 한 사람에게는 천 원을, 또 한 사람에게는 2천 원을 빌렸습니다. 그들이 돈을 달라고 찾아왔는데 두 사람 모두 2천 원을 갚으라고 말했습니다. 랍비는 두 사람 중 누구에게 2천 원을 빌렸는지 분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탈무드에는 두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누가 2천 원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누군가에게서 천 원씩 빌린 것은 틀림없으므로 우선 천 원씩을 주고 또 천 원은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재판소에 맡겨둔다는 의견입니다. 그런데 한 사람의 랍비가 "아니다, 둘 중 하나는 도둑이다. 천 원 밖에 주지 않았는데 천 원을 더 받으려고 한다. 만일 천 원씩을 준다면 그 도둑은 잃을 것이 없게 된다. 그래서는 사회 정의가 서지 않는다. 도둑이나 악인에게 이득을 보게 해서는 안된다. 악인이 벌 받지 않고 그냥 지나게 해서는 사회 정의가 확립되지 않기 때문에 두 사람에게 천 원씩을 주어서는 안 되고 모두 법정에 보관해야 한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도둑에게 천 원이 돌아가지 않으면, 도둑은 집에 돌아가 수첩을 뒤적여보니 내가 천 원을 준 사람이었다고 해서 천 원을 찾아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간단한 사족
1-1. 돈을 빌린 사람이 누구에게 얼마를 빌렸는 지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애당초 빌려준 것에 대한 감사함과 꼭 되갚겠다는 의지는 없었을 수도 있겠네요. 탈무드를 보면 랍비라고 해서 모두 지혜롭고 선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1-2. 탈무드의 판단은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지체될 경우 2천 원을 빌려준 사람의 고생만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입니다. 왜 돈을 빌려준 사람이 저런 처우를 받아야 하는 걸까요?
1-3. 중간에 끼어든 랍비는 급발진을 하고 있는데, 아마 과거에 자신이 당한 게 있었나봅니다.
1-4. 오늘은 뭔가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이상합니다. 돈을 빌리고 기억도 못하는 랍비의 잘못도 큰데, 어느 순간부터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범죄자로 낙인찍혀 아예 도둑으로 지칭되고 있습니다. 채권자도 나쁜 마음으로 우기는 게 아니라 진짜로 착각한 것일 가능성도 존재하는데, 돈을 빌린 랍비는 아예 논외된 이 상황이 참 아이러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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