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심각한 청년실업률 증가와 일자리 부족으로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아직도 인력난에 빠진 곳이 있습니다. 바로 공장인데요. 특히 생산과 가공 쪽은 더더욱 일자리가 많은 편입니다. 대부분은 공장과 노가다(막노동이라고도 하죠.)를 섞어 3D 업종의 대표주자로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일자리들의 인식에 변화를 줘보고자 공장에서 일을 했던 경험을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포스팅 내에서 등장하는 인력소와 공장은 지점마다 분위기가 다를 수 있으니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필자가 어떻게 공장 쪽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냐면, 오랜만에 만난 친척 할아버지의 권유로 인력소에 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친척 할아버지의 지인이 인력소를 운영하고 계시는데 아직 초창기라 꾸준히 많은 사람들을 투입해야 하여 경험 삼아 해볼 생각이 없느냐 물으셨습니다. 훌륭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따로 소장에게 말해 놓을 테니 위험한 일은 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켜 주셨습니다. 사실 공장에 대해서 부담을 느꼈던 것은 다른게 아니라 바로 안전에 대한 문제였기 때문에 당시 딱히 할 일이 없었던 필자는 흔쾌히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일을 시작하기로 한 날, 새벽 5시까지 나오라는 친척 할아버지의 말씀에 '그렇게나 빨리?'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다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부랴부랴 준비한 후 5시까지 인력소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도착했을 때 그곳은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믹스 커피 한 잔씩을 들고 활발하게 움직이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다들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무언가를 기다리면서요. 잠시 후 할아버지와 인력 소장님이 들어오시고 사람들이 자리에 앉길래 저도 따라서 앉았습니다.
소장님이 앞에 나가서 말을 시작하자 다들 자리에 앉아 귀를 기울였는데요. 소장님이 "철근 둘"이라고 말을 하자 몇 명의 사람들이 손을 들어 지원을 했고, 그중에서 2명을 뽑아 나오라고 한 뒤 잠깐 말을 하고 그 사람들을 내보냈습니다. 이때 인력소는 꾸준하게 아르바이트나 직원처럼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일을 받아 하루 일당을 받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래서 하나도 모르지만 손을 들어야 되나 하고 고민을 하는 동안 순서는 계속해서 지나갔고 사람들은 점점 없어졌습니다. 점점 초조한 마음이 생기자 새벽 5시부터 나왔는데 다음 순서가 무엇이든 간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손을 들어 지원하려고 생각했는데요. 그때 필자를 포함하여 어린 친구 한 명을 직접 불러 나오게 한 뒤 잘 왔고 할아버지를 따라가서 열심히 일을 하라고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밖에 나오니 할아버지가 차를 태워주셨고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약간 놀라웠던 점은 필자보다 어린 친구가 이미 몇 번 인력소에 나와 일을 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이가 어린데도 새벽에 인력소에 나가 아저씨들 사이에서 일을 지원하며 다녔다는 얘기를 들으니 안락함만을 추구하던 필자를 반성하게 만들었습니다.
도착을 하니 오전 7시 30분 정도였고 업무는 8시부터 시작했습니다. 공장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한 일은 안전에 대한 교육과 국민체조였는데요. 오랜만에 하니 어색하였지만 다른 분들이 하하 웃으며 재미있게 하길래 나중에는 괜찮아졌습니다. 본격적인 첫 작업은 노란색의 큰 바구니(?)에 들어있는 자동차 부품을 눈과 손으로 하나하나 확인하여 불량품이 있는지 검사하고 분류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일을 하는 내용에 대해 잠깐 배운 뒤 바로 작업을 시작했는데요. 단순한 작업이라 위험하지도 않고 앉아서 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시작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바구니를 끝내고 잠깐 허리를 폈을 때 뒤쪽으로 줄지어 대기하고 있던 수십 개의 바구니가 눈에 보인 순간, 저절로 한숨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단순 반복 작업이 그러하듯 육체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힘이 들었는데요. 심지어 혼자 일했기 때문에 얘기할 사람도 없어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잠깐잠깐 다른 분들이 도와달라는 것을 하기 위해 움직였던 시간과 화장실을 갔던 시간을 제외하고는 밥을 먹기 전까지 분류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정신줄을 살짝 놓고 일을 하다 보니 드디어 점심시간이 왔다는 노랫소리가 들렸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요! 점심은 큰 통에 밥과 국, 그리고 반찬이 배달되어 공장 가운데 바닥에 신문지와 박스를 깔고 먹었는데요. 생각보다 밥이 잘 넘어갔습니다. 메뉴는 제육볶음, 시래기 된장국, 나물 반찬 몇 가지와 후식으로 요구르트도 주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난 뒤에는 사람들 대부분 신문지나 박스를 깔고 누워서 낮잠을 잤습니다. 사실 필자도 눕고 싶었던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냥 같이 온 동생과 이야기를 계속하며 점심시간을 보내었습니다.
드디어 시작된 오후 타임에는 오전에 분류했던 자동차 부품 중에서 정상적인 것들을 가공하는 일이었는데요. 여기서 잠깐 자동차 부품의 생김새를 설명하자면, 동그란 모양에 가운데 각진 구멍이 뚫려있었습니다. 마치 엽전처럼 말이죠. 크기는 손바닥보다 작았으며 무게는 가벼운 편이었습니다. 정확한 이름이 무엇이고 어디에 쓰이는지는 솔직히 별다른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자세하게 물어보진 않았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자동차 부품들의 중앙 구멍 부분의 각진 부분을 쇠 구조물이 빠르게 돌아가는 기계를 이용하여 각을 완만하게 만드는 작업을 오후 내내 했는데요. 아무래도 오전에 비해 기계를 이용하다 보니 위험도가 높아졌지만 철 구조물이 날카롭지 않았고 손을 아예 직접 대지 않는 이상 큰 사고는 없다고 하여 조심스럽게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같은 동작이 몇 시간 동안 반복되면서 지루함이 몰려왔고 여기에 배부르게 점심을 먹은 탓인지 식곤증이 밀려와 아주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게다가 시간은 어찌다 더디게 가는지, 마치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정신과 시간의 방에 들어온 줄 알았습니다. 정말 아무 생각이 안 나게 되고 공장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올 때 보이는 먼지들의 움직임이 재미있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사고가 나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를 하며 하나씩 작업을 했고 3시쯤 되어서 잠깐의 휴식을 가진 후 5시까지 작업을 마쳤습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하였고, 중간에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면 8시간 근무를 한 셈인데요. 일당은 당시 최저 시급의 2배 가량이었지만 인력소에서 10% 수수료를 떼고 받았습니다. 그 뒤로도 같은 공장에 조금 더 다니며 단기간에 비교적 많은 돈을 벌었었죠.
자동차 부품 공장 알바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 단순 작업의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생각보다 약했던 필자는 육체노동의 보스급이라 불리는 택배 상하차 작업보다도 힘이 들었습니다. 공장에 다녔던 며칠간 얼마 살지 않은 인생에 대해서 지금까지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페이가 세기 때문에 급하게 돈이 필요하신 경우에는 인력소를 통하여 일을 구하시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같이 일하시는 분들도 생각보다 배려심이 많아서 안전하게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인력소를 통하여 일을 구하실 경우에 유의해야 하실 점은 사실 따지고 봤을 때 대기시간 2~3시간을 포함하여 시급으로 환산할 경우에 최저 시급의 2배까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따졌을 때 최저 시급의 최소 1.5배는 받는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그날 인력소에 배정된 일이 적은 경우에는 뽑히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필자의 경우 그 어린 친구와 둘이 고정으로 자동차 부품 공장에 운이 좋게 다닐 수 있었지만, 실제로 일이 없어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다고 들었는데요. 이러한 상황을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데마 났다'라고 표현을 합니다. 새벽부터 나와서 기다렸는데 뽑히지 않는 경우에는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필자처럼 똑같은 곳에 꾸준히 나가기 위해서는 일손이 끊어지지 않도록 매일 와서 꾸준히 일을 맡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고민이 있으신가요?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걱정이 많으신가요? 그렇다면 공장에서 일을 해보시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며칠만 다니셔도 수만 가지의 생각을 하실 수 있어 생각을 정리하기에는 이보다 안성맞춤인 곳은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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